인천시립미술관은 실체가 없는 가상의 미술관이다. 그래서 이 미술관이 프로젝트를 진행할 때마다 계속해서 형태와 공간이 바뀐다. 한자로는 ‘人千始湁美述觀’라고 쓰는데 ‘많은 사람에게 비로소 미술에 대한 다른 세계관을 샘솟게 한다’라는 의미로, 도시 인천과는 아무 상관이 없다.
이처럼 관점이나 상황에따라 바뀌는 정체성을 밝히기 위해서는 로고 역시 매우 다양한 형태로 변화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이를 위해 유럽에서 가문이나 군대들이 사용해 온 전통적인 문장(heraldry)의 문법을 빌려왔다. 전통적인 문장을 이루는 방패, 리본, 동물 등의 도안들은 모두 각각의 의미를 가지고 있어서 어떻게 조합하느냐에 따라 서로 다른 집단을 대표하게 된다. 인천시립미술관의 아이덴티티 역시 주어진 이미지의 조합을 통해 수많은 의미를 조합할 수 있다.